글/LS

상황 악화

서양씹선비 2015. 7. 20. 19:16



상황은 조금씩 악화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지만 천천히, 야금야금 악화됐다. 좋지 않다.

경찰이 나섰다. 예상보다 빨랐다. 적어도 이틀은 있어야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불과 9시간 후에 올 줄이야. 경찰은 신고를 꽤나 구체적으로 받았는지 어쨌는지 길도 안 헤매고 잘도 현장에 찾아갔다. 그것도 아주 떼거지로 우르르 찾아갔다. 미치겠네 진짜. 게다가 이번에는 아주 똘똘한 놈이 온 모양이다. 자기가 직접 증거, 샘플을 채취해 수사대에 검사를 요청하고 범인의 경로를 예측, 그 근방의 CCTV 기록이란 기록은 모조리 거둬들였다. 거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기가 점찍은 일은 반드시 범인을 잡아내 족친다는 새끼였다. 형사면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야? 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하루에 절도 사건이 수십 건씩 접수되는 이 구린 동네에 저런 성실한 경찰이 온다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다. 아마 현 정황상 수사망은 가까운 시일 내에 나로 좁혀져 올 것이다. 씨발, 요즘 진짜 재수 좋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상황을 자각하고는 있다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어째서 그 새끼보다 내 죄를 중대시하는 것인가. 알아보니 그 새끼는 지역에서 악명 높았던 강간범 쓰레기로, 그 아이를 강간하기 전에도 이미 수차례 여성들을 강간해 왔고 이번이 7번째였다. 내가 저지른 살인은 충분히 정당방위가 되고도 남을 터다. 그런데 그 강아지 나으리들께서는 확실하게 나를 지목하고 감방에 처넣으려고 안달이었다. 만약이지만 정말로 그 새끼 시체를 보고 비위가 상했다던가 하는 거지 같은 이유로 잡아들이려는 건지도 모른다! 세상에, 이거 완전 죄인의 지팡이잖아!

그리고 이 안 좋은 상황에서 이 아이는 떨고 있다. 구석에 처박혀서 흠칫흠칫 떨다가 금세 돌변해서 사시나무 떠는 듯 오들오들 떤다. 떠는 자세도 다양해진다. 누워서 떨기도 하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아 떨기도 하고, 배를 움켜잡고 떨기도 하며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 떨기도 한다. 30분 전에는 배를 쓰다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죽을 것처럼 울었다. 비명을 꺄아아악 질러대고 과호흡은 기본이요 쉴 새 없이 머리를 쥐어뜯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수면제를 주사해야 했다. 지금은 거의 기절하다시피 자고 있지만 몇 시간 지나면 깨어나서 다시 괴로워할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생각이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경찰이 치고 들어온다. 한쪽에서는 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내가 한쪽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경우, 상황은 순식간에 최악으로 치닫는다. 고로, 대책이 필요하다.

저 아이를 간병하면서 따까리들을 처리할 최선의 대책이 필요하다.